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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약 5분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 한문화

“쓰기 위해서는, 먼저 완벽주의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첫 문장에서 30분씩 멈춰 있는 사람에게 맞는다. 블로그든 뉴스레터든 시작만 하고 발행을 못 하는 상태라면 특히 그렇다. 반대로 이미 꾸준히 쓰고 있고 구조나 편집 기술을 원한다면 다른 책이 낫다.

한눈에 보기

글이 안 써지는 이유를 대개 재능이나 소재 부족에서 찾는다. 골드버그는 다르게 본다. 문제는 쓰는 사람 안에 앉아 있는 검열관이다. 한 문장을 쓰자마자 '이건 유치한데'라고 판단하는 목소리가 손을 멈춘다. 그래서 이 책의 핵심 처방은 '글쓰기 연습'이다. 시간을 정하고, 손을 멈추지 않고, 지우지 않고, 맞춤법도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쓴다. 잘 쓰는 훈련이 아니라 판단을 미루는 훈련이다. 저자는 선(禪) 수행의 태도를 글쓰기에 옮겨온다. 앉아서 호흡을 관찰하듯, 앉아서 마음이 뱉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기존 글쓰기 책 대부분은 구조와 기술을 가르친다. 도입-전개-결말, 문장 다듬기, 논리 배치. 이 책은 그 앞단을 다룬다. 쓸 게 없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어떻게 재료를 확보하느냐의 문제다. 골드버그의 답은 구체성이다. '나무'가 아니라 '느티나무',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가 끓이던 된장찌개'. 추상어는 안전하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또 하나의 차이는 완성작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습은 버려진다. 버려질 것을 전제로 많이 쓰는 사람만이 가끔 살아남는 문장을 만난다.

핵심 인사이트

  1. 01

    쓰는 사람과 고치는 사람을 분리하라

    글이 막히는 진짜 이유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생성과 판단은 서로 다른 작업인데, 대부분 한 문장 쓰고 바로 평가한다. 판단이 개입하는 순간 아직 형태가 없는 생각은 살아남지 못한다. 골드버그의 '손을 멈추지 마라'는 규칙은 이 둘을 시간축에서 떼어놓는 장치다. 10분 동안은 무조건 생산자, 그 이후에 편집자가 된다. 이렇게 나누면 쓰레기 같은 문장 열 개가 나오지만, 그중 하나는 혼자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던 문장이다. 좋은 글은 좋은 초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많은 초고에서 나온다.

  2. 02

    구체적인 명사가 감정을 옮긴다

    감동을 주려고 감정어를 쓰면 오히려 전달되지 않는다. '슬펐다'는 독자에게 아무 장면도 만들지 않는다. 골드버그는 사물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라고 말한다. '꽃'이 아니라 '제라늄', '차'가 아니라 '1987년식 포니'. 이름이 구체적일수록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실물이 생기고, 감정은 그 실물에 붙어서 따라온다. 추상어는 쓰는 사람에게는 편하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빈칸이다. 그래서 좋은 문장을 쓰려면 어휘력을 늘리기 전에 관찰의 해상도를 올려야 한다. 매일 지나치는 골목의 간판 이름을 모른다면, 그 골목에 대해 쓸 재료가 없는 것이다.

  3. 03

    글쓰기는 영감이 아니라 자세다

    쓸 기분이 들 때만 쓰는 사람은 결국 못 쓴다. 기분은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작업을 걸어두면 작업은 멈춘다. 골드버그가 선 수행에서 가져온 것이 이 지점이다. 좌선하는 사람은 깨달음이 올 때 앉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앉는다. 글도 같다. 정해진 시간에 노트를 펴는 행위 자체가 작업이고, 그날 나온 결과물의 질은 부차적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 잘 안 써졌다'는 실패가 아니다. 앉았으면 성공이다. 성공의 기준을 결과에서 출석으로 옮기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인 재구성이다.

  4. 04

    자기 검열은 대개 상상 속 독자의 목소리다

    쓰다가 멈출 때, 그 판단은 사실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나를 비웃을 것 같은 특정 인물, 예전에 받은 혹평, 잘 쓰는 누군가의 문장이 머릿속에 앉아 있다. 골드버그는 이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힘이 빠진다고 본다. 알아차림은 억지로 없애는 것과 다르다. '아, 또 그 목소리네' 하고 이름을 붙인 뒤 계속 쓰면 된다. 싸우려 들면 오히려 커지고, 관찰하면 배경으로 물러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감을 키우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없는 채로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5. 05

    가장 쓰기 싫은 것 안에 재료가 있다

    제목의 '뼛속까지 내려가서'는 깊이 있게 쓰라는 수사가 아니다. 피하고 싶은 기억, 부끄러운 장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 쪽으로 가라는 뜻이다. 안전한 소재로 쓴 글은 쓰는 사람도 지루하다.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직 답이 없는 자리에서 쓰면 글이 스스로 뭔가를 발견한다. 다만 이건 모든 걸 공개하라는 말이 아니다. 연습 노트는 발행물이 아니고, 무엇을 남에게 보일지는 나중에 고르면 된다. 먼저 아무 제약 없이 파고, 공개 범위는 편집 단계에서 정한다.

이렇게 적용한다

상황뉴스레터를 시작하려는데 첫 글의 첫 문단에서 매번 막힐 때

완성글을 쓰려 하지 말고 타이머 10분을 켠 뒤 '내가 이걸 쓰려는 이유는'으로 시작해 멈추지 않고 쓴다. 지우기 금지, 되읽기 금지다. 10분이 끝난 뒤 그 안에서 쓸 만한 문장 세 개만 골라내 그걸 초고의 뼈대로 삼는다.

상황회고나 보고서가 매번 '열심히 했다' 같은 뭉뚱그린 문장으로 채워질 때

추상어에 밑줄을 긋고 각각을 구체적 장면으로 바꿔 쓴다. '소통이 어려웠다'는 '수요일 회의에서 같은 안건이 세 번 되돌아왔다'로 바꾼다. 숫자, 날짜, 고유명사가 들어가면 읽는 사람이 판단할 재료가 생긴다.

상황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나는 1인 기업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15분만 쓰는 고정 슬롯을 잡는다. 주제는 미리 정하지 않고 그날 눈에 띈 사물 하나에서 출발한다. 결과물의 질은 평가하지 않고 '앉았는가'만 달력에 표시해 출석률로 관리한다.

ACTION ITEMS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것.

  • ✓타이머 10분을 켜고 손을 멈추지 않은 채 한 페이지를 채운다. 지우지 않는다.
  • ✓오늘 쓴 글에서 추상어 세 개를 찾아 구체적인 고유명사나 장면으로 바꾼다.
  • ✓내일 글쓰기 15분 슬롯을 캘린더에 고정으로 등록하고 알림을 설정한다.
  • ✓'지금 쓰기 싫은 주제' 다섯 개를 목록으로 적어 재료 창고를 만든다.
  • ✓노트를 한 권 정해 놓고, 오늘 본 사물 열 개의 정확한 이름을 적는다.
  • ✓쓰다가 멈추게 만든 머릿속 목소리를 한 문장으로 받아 적고 계속 쓴다.

이 책이 답하지 않는 것

이 책은 쓰기 시작하는 힘을 다루지, 완성된 글의 구조나 편집 기술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논증형 글이나 실무 문서 작성법을 찾는다면 맞지 않는다. 명상적이고 반복적인 서술이라 즉효 처방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느리게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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